2008년 10월 24일
[잡지] 시사in-55호
공부를 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좋은 선생님과 교재, 그리고 선의의 경쟁자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꼭 필요한 공부라는 생각이 들면 어떤 수를 쓰더라도 공부하게 되고 머리에도 빨리 들어오게 되니까.
그런 의미에서 요즘은 무척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다. 광우병 파동 덕에 지적 호기심이 커져 전문적인 의학적 지식, 한국과 미국의 소고기 유통과정, 소통의 의미와 실천 등을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범위가 너무 넓어졌다. 모기지 부실 채권으로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 치지 않나, 그 여파로 세계 주식이 널을 뛰고 환율은 imf 생각나게 오르고, 중국은 음식에다 화학 물질을 섞어서 전세계 사람들이 음식 성분을 공부하게 만들고, 그에 대처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대책들은 '알아서 잘 하겠지...'라고 내버려두면 왠지 정말 큰 일 날 것만 같고.....전세계의 정치, 경제, 화학, 생물학, 사회... 단시간에 이 많은 걸 다 알아야 하다니... 이젠 마음만으로는 안되는 때가 왔다. 뭔가 좋은 교과서가 필요하다. 난 이럴 때 굳이 잡지를 사서 본다. 통일되게 담으려 하는 메시지 전체를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시사인의 리뷰어로 뽑혀서 이렇게 읽게 되었다. 커버스토리부터 읽었다. 제목부터 커버스토리이니까.
요즘 가장 큰 뉴스인 경제 이야기였다. 한국과 미국의 상황과 나아갈 길에 대해 씌여있었다. 확실한 근거와 수치들이 씌여있었지만.... 후.... 짐작하던 바이다. 그 중 난 세번째 커버스토리인 공병호 소장과 홍종학 교수의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 올림픽 나온 탁구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언제 공이 떨어질까 아슬아슬해 하면서도 그 긴장감이 좋지 않은가. 이 두 논객의 대담이 그러했다. 지금 경제의 큰 틀인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런 미국과 우리가 어떻게 다른가, 또 한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대화했다. 어떤 때는 서로의 이야기를 보충해주는 듯 했지만 분석과 대책에 대한 의견은 대부분 달랐다. 하지만 나의 짧은 식견으로는 둘 다 그럴 듯해서 어느 게 옳은 방향일 지 더욱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이런 의견들을 통해 나도 미래를 보는 안목이 조금이나마 넓어졌을 거라 생각한다.
정치 이야기로는 한나라당의 이야기가 주내용이었다.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요즘 한나라당 말고는 당이 없는 것 같다. 난 다양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가장 좋은 것보다는 색다른 것에 더 점수를 주는 사람이다. 내가 정치는 모르지만 지금은 너무 한쪽으로 쏠려 있어 어딘가로 정신없이 달릴 것만 같아 불안하다. 그래서 한나라 당에서 야당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때 내심 기뻤다. 검은 고양이든 얼룩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여당은 여당일 뿐 야당과 같은 확실한 견제는 불가능하다. 빨리 야당이 최소한의 구실을 해줬으면 싶다. 정말 다들 요즘에 뭐하나 모르겠다.
그 다음으로 관심이 갔던 기사는 석유에 관한 기사였다. 겨울이 오니까 더 신경이 쓰여서일 것이다.
그간 이라크에서 난리가 났던 건 다 석유 때문 아니었나.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눈 벌겋게 뜨고 석유를 가지려 하는데 아... 우리는 왜 이렇게 낙관적인 건지. 그런 터무니 없는 낙관주의가 지금의 성장을 만들었겠지만... 지금처럼 조금만 잘못해도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정말 겁이 난다.
심각하고 호흡이 긴 기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기 검색어로 본 세계'는 일하면서 몇 번씩이나 습관적으로 검색어를 살펴보는 내게 유용했다. 그리고 강남좌파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외국은 소위 '있는 사람'은 여유가 있다. 뒤를 돌아볼 줄도 알고 힘든 사람들을 살필 줄도 안다. 적어도 그게 있는 자의 여유에 불과할 뿐이라도 최소한 그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부자든 가난뱅이든 '아직 배고픈'상태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강남좌파의 등장이 반갑다.
책 두께가 얇기 때문에 많은 내용이 들어있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자살에 대한 기사나 영화에 대한 기사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었다. 덕분에 생각보다 다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리뷰를 써야 한다는 압박만 아니었어도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읽었을 것 같다. 이런 걸 어떻게 매주 내는 지 모르겠다.
# by | 2008/10/24 23:51 | 책장을 넘기니 | 트랙백





